1. 광야생활 40년 동안에 만난 2가지 선물
거칠고 힘겹게 지내온 날들을 새겨 봅니다.
눈이 동그랗고 야무지게 묶은 토끼머리에 튀어나온 이마는 영리함으로 간접스트로크 되었던 나는 신나게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6남매 중 5째라 부모의 눈치도 크게 볼 필요가 없었으나 형제 중에서 쏟아지는 인정을 다 받고 싶었나 봅니다. 더 예쁘고 공부도 더 잘하고 말도 더 잘 듣고 더 착하게 “열심히 하라, 타인을 기쁘게 하라, 강해져라”라는 마음을 매일 매일 새기며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를 단련하였습니다. 자존감 뿜뿜 날리는 칭찬 받는 아이였지요. 학교, 집, 교회 외에서 노는 것은 게으르고 나쁜 아이로 생각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온실이라는 조건 속에서 평안했습니다.
부모님은 나에게 안 시켜도 알아서 잘한다고 자랑하셨고 오히려 별 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즐거웠습니다. 그 관심, 그 칭찬을 유지하며 부모님의 자랑거리로 산다는 것을 어린 시절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직장생활, 결혼생활, 부모로서의 삶이 시작되었고 이제껏 처럼 다부지게 억세게 스스로 강하게 견디어 보려 했으나 예측치 못한 위기의 순간에 무슨 이유인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내가 가진 신념의 흐트러짐이 혼란과 어지러움을 가져왔으며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렸습니다. 그 때 상담, 심리, TA라는 단어들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 살기 위해 이들을 잡았습니다. 고집으로 버티며 지켜온 신념이 우여곡절 끝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제껏 별로 좋은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이제까지 내가 해 보지 않았던 느긋함, 평화로움, 여유, 어른스러움, 자유가 내게로 왔습니다. 완전하지 않아도 열심히 하지 않아도 강하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다가와 준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대가가 아닌 선물이기에 자랑하지 않습니다.
이제 나는 치열하게 살았던 직장에서의 흔적들로 제자들과 교감하며 나눈 애틋한 대화들로 나는 이제 40년 광야생활(은퇴)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도착하여 소중한 관계들로 외롭지 않고 따뜻하며 뿌듯하고 평안합니다.
나에게 다가와 준 소중한 선물에 감사하며 눈을 뜹니다.
2. 새로운 40년, 자연 속에 소중한 사람들과 TA로 교류하며 살겠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고 새로운 이론들과 압축되어져 쏟아지는 대용량의 지식들, AI의 활용 등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유익하게, 평화로운 삶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 기대와 호기심이 있으나 CP들의 휘두름이 불안을 느끼게도 합니다. 힘의 균형을 처절하게 이루어 가야 하는 절박함이 편을 가르고 오징어 게임처럼 살기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 속에 종말을 예견하듯 환경은 부서지고 또한 부수어 트립니다.
외부의 삶이 이리도 빡빡하기에 우리의 자아상태가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요
상담인으로 살면서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 속에 수없이 뚫린 상처와 구멍을 봅니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을 헤아려 봅니다.
자연은 인간을 품고 갑니다. 이제 조금의 여유로움으로 건강한 너그러움을 그리며 풀꽃의 싹틈을 기뻐하고 이름 모를 꽃들에 기특함과 열매 맺음의 수고와 쉼의 공간과 시간들을 함께 맞으며 부둥키고 흙으로 땀 흘리는 자연 속의 삶으로, 치유 받고 치유하며 시간 속 쫓김이 아닌 자율적인 여유로운 TA인으로 살아가려 다짐해 봅니다.
나는 자연에게 배웁니다.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고 자정하는 그런 자연이 좋습니다. 누군가 그와 더불어 감사하고 기뻐할 날들을 그리워하며 그 속에 나눌 대화를 차곡차곡 준비합니다.
새해, 자연 속 精, 氣, 身이 학회 속에 스미어, 인간을 살리는 일에, 함께 TA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도반 위에, 생활 속 TA로 스스로의 기쁨을 회복하는 일에, 한 자락 기운들을 나누며 살아가는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 TA인, 우리이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