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분석은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정신치료이론으로 아동부터 성인까지, 그리고 개인과 가족, 부부 상담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다. 이러한 교류분석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몸담고 있는 정신건강 영역에서 클라이언트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고, 지금까지 정신장애인을 위한 여러 실천과 다양한 사업의 밑바탕에는 교류분석이라는 학문이 큰 도움이 되었다.
보건복지부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7.8%이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정신건강도 전반적으로 나빠졌는데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우울 위험이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9.7%에서 16.3%까지 높아졌다.
이러한 통계는 특별한 사람이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특정 소수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의 이해도는 매우 낮다.
올해 개봉했던 <범죄도시2>의 영화 초반부에는 환자복을 입은 남성이 여성을 인질로 가두고대치하고 있다가 경찰이 칼부림하는 남성을 제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사람들은 그 남성을 향해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 “미친놈”, “또라이”라는 비하 발언을 한다. 당사자와 가족,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을 범죄자로 묘사하고, 과격하고 난폭한 존재로 낙인찍어 편견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하였지만 그 어떤 사과도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식물도 반복적으로 부정적 자극을 주면 시들어 죽어버린다고 한다. 또 부모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스트로크는 아이의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아이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스트로크를 주고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라는 스트로크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사회에서 주는 부정적인 스트로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또한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들고, 자신감의 저하와 무기력 등으로 삶의 회복을 위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범죄자 취급을 받을까봐 치료를 거부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부정적 스트로크에 삶의 희망을 잃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자존감과 자기인식을 향상시켜 자신을 긍정적인 존재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정신재활시설은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성공경험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업훈련과 취업 등도 연계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들에게 ‘할 수 없다’는 자기인식에서 벗어나 ‘해보자’는 동기를 부여하여 자신감을 회복시킨다. 또한 취업 경험은 삶의 회복에 더 큰 자극이 되고, 이는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또한 2008년부터 부산지역의 정신재활시설은 연대하여 정신건강 정책 및 법안, 인권문제 등에 당사자 활동을 할 수 있는 리더를 발굴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발굴된 리더는 법 개정, 조례, 정책에 대한 의견제시 등을 위해 토론회나 포럼 등에서 발표를 하기도 하고, 인권강사,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동료지원가 등의 자격을 취득하여 정신장애인 인권과 지역사회 인식개선을 위한 강의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근 부산지역 당사자 리더 자조모임(침묵의소리)은부산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여 정신건강시설에 동료지원가로 채용되어 동료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등 더욱 활발한 당사자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을 위해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교류분석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며,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스승님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당사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인권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더욱 그들을 어루만지도록 할 것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따뜻한 스트로크로 되돌아오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송희자, <교류분석개론>, 시그마프레스, 2010년.
이영호・박미현, <관계의 미학, TA>, 학지사, 2011년.
정신건강복지혁신연대, <사회가 가둔 병>, 쓰리체어스,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