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씨는 친정엄마에 대한 부정적 감정 기억이 장기간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나연 씨가 현재 어려운 상황이 될 때는 “내가 부모를 잘못 만나서 그래”, 또는 “부모가 나를 이렇게 키워나갔잖아” 하며 말을 쏘아붙이게 되고 화가 납니다. 그녀는 왜 이토록 엄마에게 분노하고 까칠하고 짜증이 나는 것일까요
나연 씨가 5세쯤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엄마가 엄마 친구와 전화 통화한 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내용 중에 “나연이가 딸인 줄 알았더라면 배 속에 있을 때 지웠을 것이다”라는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딸로서의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경험들이 많았습니다. “머리는 귀찮게 뭐 하러 길러” 하고 싹둑 잘라 버리는 엄마의 모습 속에서 나연 씨는 스스로 “너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과 “부모와는 친밀할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유아기의 애착 패턴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며, 엄마와 유아의 의사소통 패턴이 놀라울 정도로 현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착을 형성하려면 유아는 부모와의 성격에 적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 애착이 형성된 유아들의 엄마는 집에서 유아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고 반응을 잘 보이며 아기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이처럼 애착은 접근성보다 반응성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안정 애착이 형성된 유아들은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는 것이고 대상은 유아의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에릭 번(Berne)은 이를 각본(script)으로 이어져 부모들에 의해 유아의 머릿속에 심어져 있고, 부모의 목소리는 이미 사라졌다 하더라도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된 형태와 순서를 따라서 정확히 작동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명령이나 금지되었던 명령,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프로그램은 이후 아동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기에서 일어나는 결과와 좋게든 나쁘게든 관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유아가 부모에게 사랑스러운 말, 규범이나 규칙 등 다른 어떤 소리를 듣고 성장하게 되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유아의 자아 상태의 부모 자아에 저장되어 평생 자신도 모르게 부모와 똑같이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나연씨는 딸처럼 친밀감 있게 사랑해 주는 미래의 시부모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막상 친밀감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너는 딸로 살면 안 된다.”,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해라”,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가까이하면 안 돼” 등 많은 부모명령이 부모의 부모 자아에서 자녀의 부모 자아로 전수되었습니다. 이는 각본(script)으로도 내재화됩니다. 이러한 각본들은 현재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부모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른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본의 대부분이거나 일부를 버리고 다시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각본 요소를 일부라도 알면 우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으며 불행한 상황이나 재난에 봉착하기 전에 정확한 실마리를 제공하여 방향을 돌리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자서전적 이야기에서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고 사용하는 이야기를 자신이 작가로서 삶의 스토리를 다시 써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연씨처럼 자신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주는 느낌일 것입니다.
◼ 그림: 실 잣는 사람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squez)’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Notes and quotations/ a few goodman, Juntaek Kim MD.,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