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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소식지
TA인이 살아가는 법
TA人 회원 칼럼 ( 2019년 9월호 )

노윤지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 자격관리팀장
경상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 수료


  교류분석과의 만남은 2016년 어느 연차학술대회의 세미나로, 2014년 학부 교과목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만남보다 스침에 가까웠지만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스펀지밥, 아니 사랑이라고 하더니 2018년 세 번째 스친 옷깃에 드디어 제게도 교류분석이 스며들었습니다.

 

  TA를 만나고 월례회, 스터디, 단계교육 모두 공부할 맛이 났습니다. 그리고 2단계를 진행할 즈음 누가 계획한 것처럼 제 삶에 TA실습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그때의 소동은 법적 문제와 경찰서, 가족과의 절연으로 축약하겠습니다. 부모님의 이혼과 학교폭력, 천방지축 첫사랑으로 요약 가능한 제 유년기의 상처로부터 회복하고 관계가 튼튼해졌다고 믿었던 때이기에 충격은 더 컸습니다. 나아가 그만큼 회복하기 위해 애써준 삶의 구조들에 대고 필패 각본이라고 말하는 TA가 얼마나 미웠겠습니까. 마치 수능 1교시 시험시간 1분을 남겨 놓고 에릭 번이 다가와 아이구 답안지를 미뤄 썼네요.” 라고 알려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만약 에릭 번의 귀띔이 아니었다면 거짓 평화가 다소 이어졌겠지만 종래엔 성적표라는 진실을 받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과거는 인정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했어야 합니다. 겨우 1교시가 지났을 뿐이라며 남은 기회들을 깨달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수능시험장에서 그러지 못했듯이 또다시 파국을 반복했습니다.

 

  일상엔 여전히 웃을 일이 많았지만 비일상적인 통각이 수시로 찾아왔습니다. 그런 순간에는 민첩한 디스카운트, 강력한 각본메시지들이 제 삶을 장악했습니다. 집을 오가는 시간은 두 배가 걸렸습니다. 길 위에서 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믿고 싶은 것이 가장 의심스러웠고 오랫동안 다져온 삶의 초석 같은 문장은 주홍글씨로, 허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일 잠들기 전이면 우리하고 명징하게 맺히는 마음들, ‘왜 살아, 궁금한 것도 없는데. 물론 좋은 일도 생기겠지. 근데 더는 몰라도 될 것 같아.’

 

  진부한 전개지만 그런 허무에서 벗어나는 길은 TA가 만들어줬습니다. TA는 제 삶에 생긴 이격과 고통들에 디스카운트, 게임, 금지령, 각본 등의 이름을 붙여주고 자각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제게 남아있는 긍정성에 새로이 집중하게 했습니다. 마법처럼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지만 도망치거나 죽지 않은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 승자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느낍니다.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당신 영혼 안에 혼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니체의 말을 빌려, 우리의 내면에는 각자 몫의 혼돈과 별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혼돈이 별로 태어나는 길에 TA라는 이정표와 TA인이라는 동반자가 축복처럼 함께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제게 그런 이정표를 나눠주신 김장회 교수님과 TA로 사는 법을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께 깊은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등록일자 :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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