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지
나를 울린 각본 질문지
TA人 회원 칼럼 ( 2020년 8월호 )

김영미
경기남양주(팔당)지부


나는 TA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TA인이다. TA를 공부하면서 나는 나의 삶에서 어떤 부분에서 무엇을 디스카운트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하여, 어린 시절 어떠한 상황들 속에서 나의 인생태도가 각본화 되었는지 끊임없는 질문을 하며 지금-여기에서 나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나에게 TA는 하나님이 ‘나 김영미’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이 귀한 선물이 나에게 다가와 뚜껑을 열어 '나'를 보여주면서 내 모든 것을 휘젓고 있다.

 

특히 학회 소식지 TA人에 올라오는 다양한 칼럼들은 초보 입문자인 나에게는 많은 도전을 주고 있고 동기부여의 역할을 해준다. 칼럼을 읽을 때마다 TA상담사로 연륜이 더 쌓이면 TA人에 칼럼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TA는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오늘 여기서 이렇게 글을 쓰는 힘을 보이며 ‘나’를 보배롭고 존귀한 자로 여기라고 말한다.

 

나는 지난 6월 8일 TA 상담사 과정 4단계를 마쳤다. 그 후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의 경험한 일을 써보려고 지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날도 출근하며 평소와 마찬가지로 TA 과제를 하기 위해 책을 펴 교재를 읽어 내려가던 중이었다. 4단계 교재의 각본 질문지의 문항을 읽는 도중 내 눈에서 하염없이 따뜻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같으면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저 사람 왜 저리 울까  하고 걱정도 할 수 있었지만 마스크로 작은 얼굴의 3분의 2를 가리고 있다 보니 눈물이 마스크 속으로 타고 들어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안심하고 소리 없이 울 수 있었다.

 

지하철을 내려 회사로 향하는 15분

여름을 알리는 초록 나뭇잎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계절을 잊은 찬바람은 옷깃을 여미라고 말하는데도

나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면 강남 한복판 대로에 주저앉아 ‘꺼이꺼이’하고 울었을 것이다. 그러나 출근길이다 보니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회사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각본 질문지의 질문은 TA인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질문 1)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란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질문 2) 당신의 3세대 가계도를 그려보십시오’,

‘질문 3) 당신의 부모역할을 한 주 양육자를 설명하는 다섯 단어를 말하시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이 질문지에 답을 달았다.

 

그런데 다음 문장을 읽고 나는 나의 청소년기로 들어가 나를 보게 되었다.

 

‘질문 4)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부부싸움 방식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그때 당신과 가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라는 이 질문을 읽으며 나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아야만 했다.

 

그리고 새엄마와 아빠를 생각하게 되었고 두 분이 부부싸움을 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그란 두리반 상을 엎었던 아버지의 모습 한 컷과 고입 학력고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식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분노를 퍼부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두 개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어린 나를 향한 아픔이 아니라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아픔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내가 더 아파서 나를 위로했는데 나는 이제 내가 위로할 수 있는 상태 Here & now에 있기에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심리적 상태를 느끼게 된 것이다. 얼마나 자식을 위해 해주고 싶은 게 많았을까 경제적인 어려움 만 없었으면 뭐든 다해줄 수 있었던 분들인데 …….

 

연달아 일어난 자동차 인사 사고로 하던 사업을 모두 접고 실패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당신 자신이 미워 아내와 딸에게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 그렇게 퍼붓고 숨어서 우셨을 아버지가 그려지자 가슴이 저리도록 아파 통곡이 나왔다.

 

그리고 열한 명의 아이들을 양육하며 아버지의 아픔을 받아주었던 새어머니. 그때는 왜 그것을 몰랐을까  얼마나 힘드셨을까!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고 오롯이 혼자 견디셔야 했던 수많은 고통이 느껴지면서 죄송함과 미안함이 들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와 아빠가 내려 보시는 것 같아 ‘아빠 너무 죄송해요, 제가 철이 너무 없었지요. 아빠를 안아드리고 힘내시라고 지지해드리지 못했어요. 철없던 딸은 오십이 넘어 TA를 배우며 이렇게 위로받고 있는데 아무도 아빠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어 힘드셨을 텐데 어떻게 견디셨어요.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엄마에게도 ‘너무 멋진 우리엄마 당신은 최고입니다.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날 빨간 토끼 눈을 가진 어린아이는 지문인증 후 활짝 열린 자동문 앞에서 현재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어른 자아로 힘차고 멋지게 하루의 일을 해내리라 다짐했다.

 

TA는 나의 어린이 자아가 어른 자아로 자라나 엄마 아빠의 아픔을 애도할 수 있게 해주고 있고 나를 위로하고 상담사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길에 인도자 오수희 교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가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귀한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

 
  등록일자 :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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