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지
사랑은 존재의 꽃 핌
TA人 전문가 칼럼 ( 2020년 9월호 )

윤영선
경기부천(원미)지부장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지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으나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 뿐이라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도 2단계,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우리의 현실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었던 만남을 언택트 온라인으로 대처해나가고 있긴 하지만, 이 상황에 적응해가고 있을 뿐이다. 언택트 시대에 적응해가면서 <홀로 있음>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홀로 있을 수 없는 자가 베푼다는 서비스는 기실 자기 병을 전염시키는 것이요, 남을 식민지화하려는 계략이다.

곽노순

 

Tara Westover가 쓴 자전적 소설 <배움의 발견>을 읽었다. 그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타라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내게 미칠 수 있도록 허락하는지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 아무 의심도 없이 그 모든 것을 내가 믿었다는 것이 놀랍다. 세상 전체가 틀렸고 아버지만이 옳다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영향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강력하게 움직여갔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타라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영향권 아래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학교를 가게 된다. 그 후 가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실제 사건에 기초하여 설명하면서 의심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전염병 같았는지를 고백한다. 타라의 가족은 서로 밀착되고 융합되어 홀로 있을 수 없고 홀로 있음이 허락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병들어 가고 있었다.

 

홀로 있을 수 없는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뭔가를 해주거나 뭔가를 바라면서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런 행동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면 영향을 받는 사람은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사랑의 이름으로 타인에게 뭔가를 해주는 사람들은 사랑의 대상에게 자기 병을 전염시키고, 그 사람을 식민지화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사람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만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잘 포장되어 있어도 빈 쭉정이 땅콩처럼 알맹이가 없어 꽃으로 피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아무 말 없이 태연하게 피어나는 들꽃처럼 저절로 만발한다.

 

사랑은 그저 우리의 내면으로부터 꽃 피어나는 것이지 행위로 증명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사랑을 행위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누군가를 도와서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보이려 할 것이다. 그런 사랑의 행위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알맹이 없는 빈 쭉정이 같은 사랑으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남을 도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거나 자신이 누구를 도왔다고 사방에 알리기도 한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보다 더 안 좋은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타인을 도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사랑의 행위가 구원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의 행위가 온 세상에 알려져서 만족이 채워지면 구원도 채워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이 존재에서 저절로 꽃 피어나는 것임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 존재에서 저절로 꽃 피어나는 것이라면 사랑에 대상이 없어도 되는 것인가  이런 이분법적 질문은 존재에서 꽃 피어나는 사랑을 모를 때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우리는 교류분석에서 가장 좋은 치유 도구가 “괜찮아요”라는 허용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자신에게 존재의 꽃 피어남인 사랑을 허용해보자. 사랑의 대상이 있어도 괜찮고 없어도 괜찮다. 홀로여도 괜찮고 홀로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러나 홀로 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둘 다가 괜찮고, 모두가 사랑의 대상임을 보게 될(beholding) 것이다. 우리 모두가 저절로 피어나는 들꽃처럼 존재의 꽃 핌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꿈꾸어본다 ■

 
  등록일자 : 2020-09-07
 [이전]   “교류분석이란 나무가 내 중심에 뿌리내리는 시간..  2020-09-07
 [다음]    TA人 9월호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