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지
일상생활 속에서 TA를 실천하기
TA人 전문가 칼럼 ( 2021년 3월호 )

유지룡
경기동두천(생연)지부장


“아빠! 속상하고 화 나 죽겠어! 건물 주인 아주머니가 무조건 나가래! 코로나 때문에 태권도 학원을 3개월이나 닫아서 월세 조금만 내려 달라고 했더니 자기를 악덕 건물주로 취급해서 기분 나쁘다고 당장 나가래!”

결혼해서 4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딸 아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화를 했다.

“그래도 너희들이 기분 나쁘게 말을 했으니까 그랬겠지, 다시 한번 차분하게 이야기해봐, 일시적으로 감정이 상해서 그랬을 거야! 어른 들이니까 너희 사정 이야기하면 월세를 깎아주지는 않더라도 갑자기 나가라고 한 말은 취소할 거야.”

거의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인 딸아이를 달래서 다시 한번 최대한 공손하게 말씀드리고 기분 상하게 해 드린 것이 있으면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라고 잘 설득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내가 숨이 가빠졌다. 얼굴까지 붉어졌다. 이 사람들을 당장 찾아가서 한바탕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나 자신에게 닥친 일이라면 순응하는 어린이로 돌아가서 조용히 짐을 싸가지고 나갔겠지만, 딸아이가 불이익을 당하고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니 딸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못된 건물주를 혼을 내주어야 한다는 정의감이 함께 불타올랐다.

“아빠! 큰일 났어! 건물주가 권리금도 없이 당장 나가래, 그리고 건물도 원상 복구해 놓으래! 우리 앞에 쓰던 사람이 공사했던 거 우리는 권리금만 주고 그대로 썼는데 우리는 권리금도 못 받고 기존 시설 원상복구도 해야 되고 … 복구도 자기네가 한다고 비용 300만 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한데! 그리고 반말에 욕까지 하면서 우리를 너무 무시해 … 건물주가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아! 욕하는 거 내가 다 녹음했어…. ”

딸이 전화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언어 폭행에 공갈 협박으로 고소한다고 격앙되어 있었다. 억울해서 흐느끼며 비싸도 좋으니까 유능한 변호사를 구해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전에 보다 더욱 속이 상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른으로서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TA 공부를 6년 넘게 하고 있으면서 그동안 나는 무엇을 배웠지  나와 딸, 그리고 건물주가 다른 게 뭐지  건물주는 왜 그랬을까  건물주 기분은 지금 어떠할까  분명히 건물주에게도 무슨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분명히 딸과 사위도 5~6년 동안 그 건물을 사용하면서 건물주를 서운하게 한 것도 있지 않았을까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건물주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딸과 사위와 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용기를 냈다.

딸한테 아빠가 만나자 하신다고 말하고 약속 날짜 잡고 건물주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나의 자아 기능 중 가장 낮은 것이 CP이고 보니 잠도 오지 않고 식욕도 떨어지고 모든 의욕이 가라앉았다.

건물주와 사투를 벌일 날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딸이 전화를 했다.

“아빠! 건물주 아주머니가 이상해졌어! 이사 날짜도 두 달이나 미뤄줬고, 원하면 계약 연장도 해준다는데 우리가 싫다고 했어. 원상복구도 하지 말래, 다른데 계약하라고 보증금도 천만 원 벌써 줬어! 대신에 아빠는 절대로 만나지 않게 해달래!”

딸과 사위는 2달 후 인근 새로운 건물에 예쁘게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태권도장 문을 열었다. 물론 보증금은 전액 받았고, 원상복구 등 일체 비용은 건물주가 모두 부담했다.

내가 생각하는 건물주는 CP가 상당히 높고 NP는 매우 낮고 FC보다는 AC가 낮은 전형적인 I’m OK, You’re not OK로 생각되었다. 수년 전에 남편분이 돌아가셔서 혼자서 건물을 관리하다 보니 상당히 포악해졌다고 딸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A 자아를 최대한 활성화시켜서 건물주 입장에서 공감적 경청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안 되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데 소송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을 생각하면 건물주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의 높은 수동성이 작동되어서 딸의 억울하고 어른들의 갑질에 분노하는 상황을 방지하고, 건물주의 황당한 욕구도 충족시켜주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딸과 건물주 그리고 나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상황으로 종결되었다. 돌이켜보니 건물주는 수동공격성이 높고 오히려 CP가 낮고 AC가 높은 분으로 추측되었다.

딸과 건물주와 나는 서로가 다른 자기만의 준거틀로 자기와 타인과 세상을 정의하고 있었다. Schiff는 “준거틀은 특정한 자극에 대한 다양한 자아상태의 반응을 통합한 구조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나름대로의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각각의 관찰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준거틀은 개인이 현실을 보는 독특한 방법, 사람들이 세상을 지각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제한하는 것, 현실에 대한 필터로 재정의하는 것, 각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게슈탈트에서 전경과 배경으로 설명하듯이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에만 주목하는 순간 다른 모든 것은 배제되어 전체를 볼 수 없게 된다.

이번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TA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A 자아상태를 활성화시키면서 Here and now에서의 삶을 살도록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한다.

첫째, 자기분석을 지속적으로 한다.

고기를 잡는 어부는 그물 털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물에 물때가 끼면 물흐름이 둔해져서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담사들이 다른 사람들을 상담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둘째, 생활 속에서 TA를 실천한다.

TA는 타인 교육이나 상담을 하기 위한 도구로써가 아니라,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직접 실천하는 생활을 한다. 내가 실천하지 못하면서 배우기만 한다면 TA는 상담 도구가 아니라 권위 의식을 갖추기 위한 무기가 될 뿐이다.

셋째, 끊임없이 슈퍼비전을 받는다.

TA의 철학인 긍정성, 자율성, 변화 가능성 및 윤리에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슈퍼바이저로부터 슈퍼비전을 받는다 ■

 
  등록일자 :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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