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흔숙
경기부천(상동)지부 회원

대학에서 TA에 대한 강의를 처음 들었다. 그 공식과도 같은 P.A.C. 도식은 잊혀지지 않는 그림이었고 내 속의 부모자아, 어른자아, 어린이자아가 타인과 교류하고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그 첫 만남 이후 돌고돌아 이제 TA와 진짜 다시 만나고 있다. 내가 하는 상담의 주요기법으로 TA교류분석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해왔으므로 당연히 아이들의 가정 또한 나의 중요관심사였고, 아이들의 부모는 내가 서비스해야 할 대상 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아이들의 건강하고 신나는 세상은 바로 부모님들의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이론이랄 것 없이 어렸을 적 경험이 우리의 성장, 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게 TA는 개인 존재의 긍정성을 기초로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개인이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떤 이론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과거 없이 어찌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으랴. 이 사실은 나에게도 적용이 되었고, 열심히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아~ 우리 엄마, 아버지가 지금까지 살아계셨더라면 이것저것 물어볼 게 많은데, 돌아가시기 전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걸 하는 아련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맙게도 TA는 나의 부모의 존재의 구체성과 나와의 연결성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도록 자극했으므로 궁금한 것을 형제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는 서로 어떤 관계였다고 기억하는지, 우리에게 그 당시 어떻게 대해주었고, 무엇을 중요하게 말씀하셨는지, 그때 형제들의 마음은 어떠했는지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과거를 들추어보는 것은 상처를 드러내고, 잊었던 감정을 일깨우지만 서로의 시각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나누는 이야기는 은근히 재미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TA 전문가와 만나는 교육분석의 기회는 내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고 있으며, 어떤 사람과 만나고 있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슬프거나 힘든 이야기를 하며 나는 웃고 있었고, 진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써야 했다. 아직도 내가 진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를 인정해 주지 않고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시하며 살아왔던 것인가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이것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방식으로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 여기에서’ 적절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보다는 위장하여 당장 그 자리를 피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것이 편했을 테니까. 그리고는 또다시 치밀어오르는 화를 어쩌지 못해 혼자서 쩔쩔매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진정한 의미의 화를 내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편안해지고, 상대방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 또한 수없이 연습해야 내 속에 내 것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하지만 내담자 경험을 통해 내내 나는 OK라고 느낄 수 있었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무지무지 격려받고 응원을 받았으며 축복을 받았다고 느꼈다. 이것은 참으로 선물 같았으며, 일상의 만남에서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내담자에게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사실 상담을 하면서 내가 가지는 어려움이 내담자에게 역전이 되고, 내담자의 전이를 쉽게 허용하며, 나의 태도와 가치가 나도 모르게 강요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상담을 하면서 뭔가 알아내려고 내담자에게 상처를 주었던 거 같고, 스스로 답답해하거나 과몰입되는 경우들이 있었으니 이것이 모두 잘못된 교류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상담의 효과에 대해 회의가 있었다. 내담자가 진짜 달라질까, 내가 잘 도왔을까, 그 변화가 지속되어 진짜 원하는 모습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이것은 내가 상담에 대해 잘못 알고 있고, 나와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 디스카운트한 것이며,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변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철학적 신념이 빈약했기 때문이었다. 상담자인 내가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내담자와 함께 - 그것이 OK인지는 결정해야 하지만 말이다 - 내담자가 도착하기를 원하는 곳을 스스로 발견해내고 그곳에 함께 도착하는 것이다. 그 믿음과 그 선택이 어려워 떠나있었던 그 시간만큼 TA는 내게 방법적 지원으로 다가왔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시작에 불과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제대로 된 교류를 해보겠다는 그 선택권이 내게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신이 난다. 아, TA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이었구나. 그렇다면 조금 더 나의 시간을 내가 잘 구조화하고,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의 각본을 끊임없이 살펴보며, 내게 일어나는 감정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하게 알아채고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겠구나. 교육분석에서 받았던 무한의 스트로크처럼 스스로에게 장하다고 스트로크를 주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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