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용인(강남대역)지부장

처음으로 만난 교류분석은 내게 인연이었다. 마포(공덕)지부는 이정상 지부장님과 지부 가족들과의 만남이 시작된 공간이자 듬뿍 사랑받을 수 있는 장소였다. 이때는 교류분석보다도 지부 가족들을 만나고 환영받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던 것 같다. 그 인연의 힘 속에 교류분석은 서로를 묶는 공감대의 도구로 기능했었다.
두 번째로 만난 교류분석은 내게 이론이었다. 자아상태, 인생태도, 교류패턴, 스트로크, 인생각본, 심리게임 등등 숱하게 많은 개념들을 익히고 정립하는 날들이었다. 교류분석이 나의 주 이론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어서 참 열심히 공부하던 시기였다. 지부에서 늘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더 신이 나서 공부했던 것 같다.
세 번째로 만난 교류분석은 내게 삶이었다. 이론으로 정립되었던 개념들이 생생하게 생활 속 경험들과 접목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교류분석 필터라도 장착한 듯 기승전 교류분석적 해석을 늘어놓곤 했다. 하루 종일 TA 개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교류분석 이론이 점차 정립되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로 한발 발돋움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네 번째로 만난 교류분석은 내게 성장이었다. 전문가를 거치고 수련감독 과정에 들어설 무렵부터는 대학원 박사과정과 여타 다른 과정들이 병행되면서, 교류분석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져야 하는 시기였다. 그 무렵 우리 지부 가족들은 나를 교육자이자 수련감독자로 이미 대접해주고 계셨기 때문에, 지식의 수용자에서 제공자로 바뀌는 시점에서 새로운 역량개발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다섯 번째로 만난 교류분석은 내게 숙제였다. TA 이론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나니 이제는 이론적 확장성을 도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TA뿐 아니라 정신분석, 대상관계, 인지행동치료, 게슈탈트, 체계이론 등등 여타 학문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분석하며, 그 속에서 무엇을 더 채우고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비단 상담심리학적 이론들 뿐 아니라 상담 전문가로서 내가 취해야 하는 태도와 삶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성찰하던 시기였다.
여섯 번째로 만난 교류분석은 다시 인연이다. 바뀐 점이 있다면 이제는 내가 지부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덧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되다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이제 나는 마포(공덕)지부에서 받았던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되돌려주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 같다.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지부에서 우리 지부의 가족들에게 그때 내가 받았던 사랑과 인정을 조금이라도 베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교류분석은 이런 순환 시스템으로 내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누군가를 만나 배우며 성장할 것이고 또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성장시키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나와 지부의 가족들과 학회원들이 교류분석이라는 텃밭에 옹기종기 모여서 각자의 이론적 결실을 수확해 나가는 모습은 참 편안하고 아름답다.
2022년의 봄이 오고 있다. 상담사로서 봄에 맺었던 교류분석적 인연은 이제 지부장으로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올 한해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와 여러 지부의 텃밭에서는 어떤 작물들이 쏟아질까 소중한 열매들을 다양하게 맛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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