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주
서울동대문제기동역지부

연구실에 논문 주제를 고민하던 중 책꽂이에 숨어있던 오래된 교류분석 책을 꺼낸 것이 운명이었을까 더군다나 컴퓨터공학과 연구실에서 발견된 다소 생뚱맞기까지 한 심리상담 책이었다.
“그래 교류분석이 무엇인지만 좀 알자!”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여정은 도착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올라탄 무작위적 탑승이었다. 이렇게 우연하고도 즉흥적인 여행은 시작되었다.
상담사 1단계 첫날, 매우 사적으로 개방된 친밀한 수업은 난생처음이라 무척이나 어색하고 오글거렸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주말 아침 긴 시간동안 교류분석 상담사과정 이론을 공부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지만 나의 마음과 몸은 가장 안락하고 안전했다. 이렇게 상담사과정이 끝나갈 무렵 나의 삶을 지배하던 각본을 마주하게 되었고 아직도 그 때의 감정은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지부의 지부장님과 동료들과의 친밀로 자연스럽게 전문가 과정에 합류하게 되었고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분석, 사례발표 등으로 교류분석 상담사로서의 전문성을 높이는 과정을 이수하였는데 세상의 모든 과정이 그렇듯이 낯설음에 대한 호기심이 해소되자 의문과 무엇인가 드라마틱한 변화가 보이지 않아 답답함도 느꼈고 라켓감정, 게임 등 내담자 경험도 충분히 했었다. 그러나 교육분석을 통해 나의 드라이버를 또 다시 확인하고 재결정을 다짐하였다, 전문가 과정 동안 여러 내담자 사례와 슈퍼비젼을 받아보면서 확실히 교류분석이론에 기반한 상담의 유용성과 자신감은 어느 정도 얻게 되었다.
마지막 고비인 수련감독과정은 한마디로 말하면 “정상에 오르기 바로 전, 가장 험하고 비탈지고 숨차다.” 이다.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채워야 할 수련도 많지만 반면에 마음이 느슨해 지면서 지연되기도 하면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나를 분석해 주시고 지지해 주신 지부장이신 이정상교수님과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동료 전문가 선생님들의 스트로크로 재양육되어 2023년 봄, 교류분석 상담수련감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토록 길고 힘겨운 여정을 버티며 여기까지 온 이유는 자율로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과정 중 경험한 기쁨, 수치심, 아쉬움, 좌절, 성취 등 모든 것은 I’m O.K You’re O.K 라는 인생태도로 포용할 수 있는 상담자의 길이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내담자를 생각하며
네가 몸짓할 때 영롱한 날개가 비추도록 난 거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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