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지
TA의 사랑의 기술: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TA人 전문가 칼럼 ( 2023년 3월호 )

문영주 부학회장
경기광교영통지부장
심리상담클리닉 뜨락


드디어 생명이 움트는 봄이 오려나 보다. 아니, 이제 연두 빛깔 봄을 간절히 소망한다.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아우성, 그리고 연이은 튀르키예 대지진 사태로 인해 지난 겨울 우리가 지났던 극강 한파는 엄살이 되어 버렸다. 또한 여태껏 물러가지 않고 우리 주변을 맴도는 코로나는 이제 우리를 체념에 도달하게 한다. 이러한 사태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지난해 겨울은 여느 때보다 더욱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제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에 많은 사람들의 움츠러든 마음과 상처가 치유되기를 막연하게나마 바란다.

그렇다면 TA는 무엇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가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사랑일 것이다. TA는 인간 존재에 대한 최고의 가치인 사랑의 철학을 가진 실천적 이론이다.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 관계의 세계 속에서 호흡하며 성장하고 자신을 완성시켜 나간다. 이때 TA의 사랑의 철학은 바로 “I’m OK, You’re OK”의 태도 속에서 피어난다. “I’m OK, You’re OK”는 나로부터 너에게로 그리고 너로부터 나에게로 연결되는 사랑과 이해의 다리를 놓아준다. 이것은 실재적이며 치유를 일으킨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주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하여 사랑의 속성을 스스로 드러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적인 부분과 비언어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I’m OK, You’re OK”의 사랑과 이해가 풍성한 태도는 이 두 부분 모두에서 일치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진실한 태도로서 자신 또는 상대를 기만하는 속임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편한 마음이 지속되거나 갈등이 빚어질 때 그 진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사람들은 문제 또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보통 다음의 네 가지 유형 중 어떤 것을 취한다.

첫 번째 유형의 사람은 갈등이 일어날 때 주로 참는다. 이 사람은 보통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문제가 더 커질까봐 두려워 회피를 선택한다. 이때 그는 “I’m not OK, You’re OK”의 태도에 머무른다. 두 번째 유형의 사람은 화를 낸다. 이 사람은 자신이 기대한 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공격하는 것이다. 이때 그는 “I’m OK, You’re not OK”의 태도를 취한다. 어떤 사람은 참는 것을 지속하다가 폭발하는 양상을 반복하기도 한다. 세 번째 유형의 사람은 관계를 포기한다. 이 사람은 주로 참거나 화를 내는 것에 지쳐서 마지막 방법으로 단절, 무시, 이혼, 결별 등을 선택한다. 이때 그는 “I’m not OK, You’re not OK”의 태도에 머무른다. 어떤 사람은 혼자서 참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참고 화내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포기를 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유형의 방식을 채택한 사람들은 모두 한결 같이 답답해하며 힘들어한다. 그러나 이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편리하고 쉬운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혼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참고, 혼자만의 판단으로 화를 내고, 그러다가 혼자서 스스로 포기하는 결론에 이른다. 혹여 거기에 사랑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흔히들 산속 동굴 안에서 혼자 도를 닦는 것은 세속에 내려와 일상을 살아가며 도를 닦는 것보다 훨씬 쉬울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함께 풀어가지 않고 혼자서 처리하는 방식은 편리하고 쉽지만 이와 같은 not-OK 방식으로는 어떠한 성장도 치유도 일어나지 않는다. 도리어 그 결과는 거의 항상 고통스럽고 시간이 흐를수록 파국적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네 번째 유형의 사람은 대화를 한다. 오래전 어떤 책 표지에 ‘대화란 대놓고 화내는 것 ’ 이라고 적혀있던 문구가 떠오른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어이없게 들렸지만, 한편 정말 대화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나는 어떻게 대화를 하고 있지  라는 되물음과 함께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에서 사랑과 이해가 풍성한 “I’m OK, You’re OK”의 대화 방식을 소개한다. 먼저 이 방식은 앞의 세 가지 방식들과는 달리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불편하고 수고스럽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항상 치유적이며 서로의 의식을 확장시킨다. 사랑과 이해가 풍성한 “I’m OK, You’re OK”의 대화 방식에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첫째, 미리 결론 짓지 않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갈등상태에서 대화 타임을 갖게 될 때 이미 자기의 정당성과 상대의 부당성에 관한 판단과 결론을 가지고 온다. 그렇게 되면 상대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자기의 입장을 설득하려 하거나 주장하게 되고 또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조정하려 든다. 이 경우 대화는 필시 논쟁 또는 철수로 진입하게 되며 실제로는 진전이 없고 갈등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대화를 시작할 때는 ‘모름’의 자세가 필요하다. 미리 결론 짓지 않고 상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임해야 한다.

 

둘째, 대화는 과정을 따라가야 한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는 단지 들리는 것을 듣는(hearing) 것이 아니라 경청(listening)을 해야 한다. 경청을 하려면 먼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보따리를 내려놓고 마음을 상대에게 집중하며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그 밑마음을 헤아려가며 들어야 한다. 그런 후 바로 내가 준비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한 말에 대한 공감, 확인, 질문 등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 과정을 서로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대화는 진전된다. 많은 경우 상대가 말하는 동안 경청하기보다는 바로 내가 할 말을 준비하느라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화는 역시 진전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느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따라서 대화를 할 때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하고 인내와 마음의 정성이 필요하다.

 

셋째, 대화는 창조적인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미리 답을 가지고 대화를 하게 되면 뻔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거기에는 winner와 loser가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첫째와 둘째의 과정을 따르게 되면 대화는 어느새 서로가 예측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거기에는 winner도 loser도 없다. 단지 사랑과 이해가 풍성한 “I’m OK, You’re OK”만 존재한다. 따라서 대화를 할 때는 대화의 과정을 신뢰하며 그 힘에 내어 맡기고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개방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등록일자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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