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철
부산연제지부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오늘날 상담영역에는 수많은 이론이 넘쳐난다. 상담공부를 꽤 오래 한 사람이라면 많은 이론들이 단 몇 개의 개념으로 묶일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상담에 갓 입문한 초심자는 넘쳐나는 이론에 지레 겁을 먹거나 두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많은 것을 언제 다 공부하지 ’, ‘낯선 용어가 왜 이리 많아 ’ 하면서 말이다.
개인의 부적응은 뇌의 기질적 이상이 아니라면 대부분 이전의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지금-이자리를 해석하고 반응한 결과이다. 이 같은 경우 상황을 왜곡, 이상화, 확대, 축소하게 되는데, 이를 불교철학에서는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고 한다.
상담이론들은 각각의 관점에서 특정한 개념에 비중을 두고 나름의 주장을 펼치지만, 철학적으로 보면 크게 존재론과 인식론적 접근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불교철학을 위시한 동양철학에서는 인식론적 접근을 중시하는 반면 서양철학은 존재론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정신치료는 상대적으로 존재론적 측면을 중시하는데 공감과 정서적지지, 정서표현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불교에 주로 근거하고 있는 마음챙김은 깨달음과 알아차림을 강조하는 인식론적 접근에 비중을 둔다. 절간에 항상 촛불을 켜두는 것도 바로 무지(無明)에서 깨어나라는 의미이다,
알아차림, 마음챙김, 자각, 깨달음 등은 개인의 인식의 작업이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개념은 바로 알아차림이다. 그렇다면 무얼 알아차리란 말인가 지금-여기를 알아차리란 말인가 아님 지금이 과거가 아님을 말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정서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을 주문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 모두를 아우르는 말일 것이다. 필자는 ‘깨달음’을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주인공을 다른 말로 부처라고 한다. 즉, 깨달은 사람(佛)이란 스스로가 주인공임을 알아차린 사람이다. ‘성불하십시오’라는 말은 ‘당신도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이지만, 더 나아가서 ‘당신은 이미 부처이다’ 라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당신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의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이들이 아름답고 값비싼 장미나 백합이 되기를 꿈꾼다. 이러한 점에서 삶이 공허하고 비루하다고도 호소한다.
개나리가 예쁘게 핀다고 해도 개나리이듯 내가 부러워하는 그 장미도 그냥 장미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개나리이든 장미이든 그 자체로, 주인공으로 사는 것이 참 행복이라는 것이다.
상담장면에서 만나는 내담자는 일상에서 개나리로서의 주인공이 못되고 장미를 염원하다 지치고 실망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인공이 되려다 실패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며 주인공으로 사는 삶을 같이 고민하는 작업이다.
교류분석에는 주인공이 되기 쉬운 개념을 담고 있다. 먼저 어른자아라는 자아상태 역시 주인공을 의미한다. 지금-여기(현실)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아의 체계인 어른자아는 주인공으로 자타와 상호작용하는 개인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인생각본 역시도 교류분석이 내세우는 중요한 개념이다. 어린시절에 결단한 삶의 방식을 내포하는 인생각본은 그 자체로 주인공과 거리가 먼 삶의 방식이다. 주인공은 항상 지금-여기에 토대하여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반응하는 개인의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류분석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인생각본을 자율각본 체계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이 또한 주인공의 삶을 살라는 또 다른 주문이다. 인생태도도 주인공의 삶이 되도록 하는데 용이하다. ‘나도 좋고 너도 좋다’는 자타긍정의 삶의 태도(life position)야 말로 자유와 평등의 가치에 기반하는 주인공의 핵심적 삶의 자세이다.
교류분석이 중시하는 자율성도 주인공이 구비해야 할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다. 자율성의 반대적 개념은 과거와 미래 또는 저기, 그곳이다.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이곳, 저곳도 실상은 언어로만 존재한다. 나에게는 오직 지금-여기만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보다 더 주인공 된 삶을 꿈꾼다면 지금-여기를 둘러보고 느끼고 반응하려는 마음챙김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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