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상
서울동대문제기동역지부
서울디지털대학교 심리상담센터 상담교수

1년 12달 중 3~4월이 유독 신비롭고 좋다.
봄의 생동감은 포근한 기온도 호의롭지만, 차가운 바람과 혹독한 추위로 마치 주검처럼 느껴졌던 땅과 가지에서 새순들이 돋고 꽃을 피우는 새로움을 오감으로 느끼기 때문에 3~4월이 마치 새해의 시작 달 같다.
살아간다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면서 실제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요사이 변화무쌍하며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로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풀 한 포기에서 인간까지, 생명체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here and now)에서의 적응력을 높이며 생산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에서 어른 자아(adult ego state)기능의 활성화와 재결정의 모습이 보이며 놀랍게도 모든 생명체들은 이것을 활용하고 있음을 다시 자각하게 된다.
새로운 시작은 희망을 담고 있다.
시작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도 포함된다. 교류분석 상담의 주옥같은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재결정이다. 재결정은 과거에는 필요했었던 전략이라도 현재에 맞지 않는다면 변화를 위해 바람직한 새로운 시도와 시작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재결정의 삶을 선택하고 도전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진심 어린 축하와 축복을 하게 된다.
내게도 재결정하게 된 일화가 있다.
한 팔을 잃어 장애를 안고 병환 중이던 아버지와 무학문맹인 어머니 사이에 지독히 가난한 가정이 나의 초기 환경이었다. 그나마 6세경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살길이 막막한 어머니는 부자에게 재혼하리라 결심하고 늘 들에서 일하는 분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땅 한 평 없이 품삯으로 살아가는 머슴이었고, 새아버지도 한글을 모르는 분이셨다.
초등학교도 보낼 형편이 안 되어서일까 아니면 두 분이 교육의 중요성을 알지 못해서일까
학교 갈 날만 기다리던 입학 전 어느 날에 부부싸움 중에 갑자기 새아버지가 교과서를 아궁이에 던져버려 겨우 건진, 불에 그슬린 교과서가 내 잘못인 듯 기가 팍 죽어 땅만 보고 다니는 아이였다. 5학년 때 다시 교과서를 찢어버리는 부부싸움으로 더욱 소심하게 학교를 다녔고 죽을 만큼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공납금이 부부다툼이 될 만큼 가난함 때문 인듯하다. 그래도 중학교는 가고 싶어서, 보내줄 형편이 안 된다는 말에 졸업식 전에 머리를 빡빡 깎으며 의지를 표현했다. 졸라 졸라 중학교에 겨우 입학했지만 몸이 아파서 1달 반에 자퇴(휴학을 하려 한 건데 저나, 어머니도 몰라서 자퇴를 해버림) 후 사회인이 되어 노동을 하게 되었다.
15살이 겪는 사회와 사람은 겁나고 힘들었다. 고달픔과 좌절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서 죽음을 생각하며 낭떠러지를 찾아 오르던 산 중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자연이었기에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도 주목하던 차에 내 눈에 들어온 자연들은 어떤 환경에서 시작되었든 그 자리에서 최선으로 살아가고 번성하고 있었다. 각기 존재로서 살아가는 어울림을 자연이라고 하고 자연은 그래서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객관적인 사실과 삶의 법칙을 깨닫고 재결정의 계기가 된다.
자연에서 그 어느 것보다 더 존귀하게 인간으로 태어난 내가 삶의 불만으로 죽음을 생각하며 오르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되돌아가도 변할게 없는 현실의 무게감도 여전히 버거워 목소리가 안 나올 만큼 몸부림치며 울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살아보자고 재결정한다. 이후 검정고시로 중, 고등졸업 자격을 마친 후 긴 시간이 걸렸지만 교육학 박사(심리상담 전공)를 졸업하고 심리상담 전문가, 수련 감독과 상담 교수로 활동 중인데. 나를 충만함으로 이끈 은인은 에릭 번의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이론의 이해와 적용 덕분이었다.
교류분석 이론은 감동스러울 정도로 세밀하고 친절한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현재도 확장하고 있기에 그 매력이 유지되고 있다. 이 매력을 키워가는 또 다른 방법은 교류분석을 공부하고 지도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서 변화의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즉, 치유와 변화 그리고 성장의 결과를 가질 때 이론의 타당성과 신뢰도는 더 큰 힘을 갖는다.
우리는 친밀성을 발휘해야 한다.
교류분석을 즐기려면 매 순간 깨어있는 자각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자발성 촉진과 상황에 따라 결정권을 발휘하는 자율적인 삶을 즐겨야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타인과의 친밀성을 제안한다. 친밀성은 나도 괜찮고(I'm OK) 당신도 괜찮다(You're OK) 태도의 순수성이며 존중이다. 이런 태도는 긍정적인 스트로크의 교환이며 존재의 긍정성을 지속하는 힘이기에 삶과 관계를 보다 즐길 수 있게 된다.
마무리하며, 자율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교류분석을 제 자신에게 적용하여 변화를 경험하는 것과 재결정을 지속하는 태도라 생각합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서 성숙 하려는 재결정을 날마다 선택하고 지속하길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교류분석 가족 여러분도 함께 해보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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