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지
TA 전문가 칼럼/ 스트로크와 스크랩
TA人 전문가 칼럼 ( 2024년 2월호 )

허성욱
부산동래온천지부
KTACA부학회


여섯 해 전 가을 어느 날, 문학청년 시절에 나래 시조 동인으로 활동한 이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은퇴를 앞두고 밥 한번 먹자는 내용이다. 약속한 날, 울산으로 향했다. 가끔 창조과학 또는 상담 강의하러 울산에 다니곤 했다. 그렇지만 그 때 마다 갈 곳이 다르기에 늘 길이 눈에 설다. 그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러 번 길을 물으며 목적지에 닿았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낭송 등 여러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모인 분들의 면면을 보며 참 의미 있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문인 두 분과 과거 시조 동인 두 분이 보였다. 참 오랜만의 만남이다. 순식간에 근 40 년 전으로 돌아가 옛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돌아오는 도중에 울산의 동인이 카톡으로 보내준 필자의 옛 작품을 보며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시절 샘터라는 잡지가 있었다. 시조 부활 운동의 일환으로 매월 투고된 시조 다섯 편과 심사위원의 평을 게재하고, 한 해 동안 발표된 55편의 작품 가운데서 세 편을 골라 시상하는 일이 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필자는 잊고 있었는데 그 동인이 내 작품을 스크랩해 두었던 모양이다. 고마웠다.

며칠 후 갑자기 신문 잡지의 기사 스크랩만 스크랩이 아니라 살아온 기억도 스크랩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개 관심 분야의 내용이 담긴 것을 스크랩하기 마련이다. 기념이 될 만한 것에서 부터 참고 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에 관심이 가기도 하고 극히 중요한 분야의 것만 스크랩하기도 한다. 때로는 스크랩해 두지 못한 것으로 인해 안타까울 경우도 있다.

요즘엔 TV화면도 스크랩된다. 어떤 유명인에게 문제가 불거지면 그의 과거 언행이 현재 일과 함께 대비되면서 TV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떤 특정 집단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CCTV에 잡히기도 한다. 자신의 일을 자신이 스크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기념할만한 것으로 스크랩북을 채운다. 그런데 타인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오늘 나의 어떤 언행이 타인에게 스크랩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문득 스크랩이란 내가 받은 스트로크의 반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가 있는 마을의 친구 집을 찾아가다가 어느 집 앞을 지나면서 그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의 공격을 받고 심하게 놀란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개 짖는 소리를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란다. 이 나이에도 그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그 때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아직도 나를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 그 때, 그 장면이 나의 뇌리에 스크랩 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나의 스트로크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으로 다가가 그의 뇌리에 스크랩되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삶이 스트로크를 주고받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극히 조심스러워진다.

두 주 전에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요철이 심한 곳을 미처 알지 못하고 넘어졌다. 아찔했다. 급한 대로 근처 약국에 들러 소독약과 반창고를 구해 응급처치를 했다. 목적지인 센텀 시티에서 횡단보도를 뛰어 가다 또 넘어져 다쳤다. 한 청년이 도와주고 있는데 폰 가게 여직원이 두 분 나와 지혈을 하고 응급처치하면서 외과를 찾아 연락해 두고 찾아 가는 방법도 알려줬다. 이 분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주간의 치료를 받고 이제 평상시로 돌아왔다. 그런데 가슴의 통증은 아직도 결린다. 내 몸과 마음에도 완충장치가 있다면 어떤 형태의 스트로크에도 상처를 덜 받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등록일자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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