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학회소식 > 학회소식지
학회소식지
“처절한 호소에 마음을 기울이며”
TA人 전문가 칼럼 ( 2021년 4월호 )

진경일
경기안산(단원)지부장
경일심리상담연구소장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의 호소 문제는 다양하다.

호소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마음에 걸린다. 내담자의 생각과 감정으로 더 들어가 보고 싶어 그 부분에 인식표를 붙여 놓고 다시 이야기를 따라 내담자의 호소 문제에 조금 더 집중한다.

흔히 상담 장면에서 있는 일이지만 그 걸려 있는 부분들이 이야기 속에서 반복될 때 상담자인 나는 답답함을 느낀다.

나의 답답함은 곧 내담자 역시 답답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내담자가 거기에 계속 걸려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게 된다.

원치 않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놓이게 되는 것은 자신이 의식할 수 없거나 의식은 할 수 있지만 통제 불가한 것일 수 있다.

 

자신에게 유용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현실적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아주 친밀하고 익숙하여 의식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준거틀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 그 준거틀이 일관되게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중요 양육자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믿었던 그 틀 안에는 많은 각본들이 존재한다. 그 각본들 중에는 오래전에 만들어져서 지금 여기에서는 유용가치가 없는 것도 있다.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게 하는 것도 있다.

 

나는 열심히 해야만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내담자는 어린 시절 엄마의 따듯한 애정을 원했지만 그 대신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사랑받고 싶었으나 조롱과 비난을 받은 내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비난과 조롱을 받지 않으려 온갖 애를 쓰며 살아가게 되었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비난과 조롱을 벗어나는 것으로 대치되었고, 여느 사람과 같이 성장하여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두었는데 자녀 양육의 문제로 자신의 불안과 우울감이 심화되어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

아이가 공부 잘해서 유명 대학에 가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데 공부 안 하는 것을 보면 왜 이렇게 불안하고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내담자의 호소는 매주 반복이 되었다. 사실 자녀 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과 평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내담자의 주 양육자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담자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면서 자녀로부터 경험하는 불안과 분노 그리고 우울감이 경감되기 시작했다.

그 욕구에 대한 이해와 충족은 분명 상담자와의 작업 관계에서 시작되고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되도록 돕는다.

 

모든 상담자들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자아상태의 준거틀을 가진다.

스스로 돌아보아 왜곡된 것은 없는지, 편견과 망상의 것은 없는지 상담자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살펴야 한다. 자기분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분석이 충분하지 않은 결과 자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내담자에게서 느끼는 문제가 내담자의 것인지 상담자의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면 내담자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전문성을 믿고 고비용을 지불하며 주 1회 또는 2회 정도 상담실을 찾는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힘겹게 시작하게 되고 애절하고 처절하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며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상담자인 우리는 이러한 내담자를 어떤 마음으로 대할지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면, 정말 알고 있는 대로 하고 있는지 매일, 매회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가는 성실함과 유능감에 있어 준비된 자로 그 전문성에 대하여는 정확성과 섬세함이 있어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일자 : 2021-04-04
 [이전]   나는 이미 변화되고 있다  2021-04-04
 [다음]   TA人 2021년 4월호  202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