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지
‘내 안에 담고 있는 힘을 발견하는 자, 내담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TA人 회원 칼럼 ( 2023년 12월호 )

박지은
경기광교영통지부


상담자로서 매번 새로운 내담자분들을 만날 때마다 그 첫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한다.

상담자의 자리에 앉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담자분이 오신다. 내담자의 자리에 앉은 그 분의 모습을 보고 이 상담실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보게 된다. 상담을 결정하기까지의 마음, 용기를 가지고 상담을 신청하게 된 모습, 처음 상담센터로 오기까지의 그 발걸음, 상담실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까지...

그 모습들을 상상해 보니 이미 이 내담자에게는 회복과 성장을 향한 내면의 강인한 힘이 있다고 느껴진다. 그런 존재를 만나게 된다니. 마음이 뭉클하고 벅차오른다.

 

내담자분들을 만나는 순간순간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시, <방문객>을 떠올리게 된다.
 


 

내담자가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 일생이 오는 것.

그 존재를 지금-여기에서, 진솔한 나와 너의 만남으로 마주하고 싶다.

 

상담의 과정이 거듭될수록 내담자분이 어떠한 역할이나 책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를 마주하게 됨을 느낀다. 그동안 정해진 각본으로 살아왔던 삶을 벗어던지고, 상담 장면에서 앞으로의 삶을 재결단하는 내담자분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느끼게 된다.

늘 상담의 과정에서 내담자를 '디스카운트' 하지 않도록, 내 마음의 상태를 늘 알아차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이미 내담자의 자원으로 존재하였던 내면의 힘, 자율성, 유능함의 가치를 디스카운트하고 있던 것을 깨닫게 되면 반성하는 마음으로 상담 과정을 돌아보곤 한다.

 

보통 이러한 깨달음은 내담자분의 '이야기'를 통해 얻게 된다.

 

"제가 변화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시도가 생각보다 별거 아님을 느꼈어요. 그냥 두려움이 너무 컸었나 봐요.",

"저에게 상처 주었던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됐어요. 한편으로는 제 태도에서도

그 사람이 상처받았을 것 같다고 깨달았어요.“

 

때로는 오히려 상담자인 내가 내담자를 더 걱정하고 있고,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도 있었다. 소위 '역전이'로 불리는 감정에 지배되어 내담자의 존재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담자분들은 자신 안에 있는 내면의 힘을 꺼내 보여주시고, 또 그들의 삶을 자율적으로 이끌어가는 변화를 시작하고 계셨다.

 

모든 상담의 과정이 순탄하고 편안할 수 없지만, 이 과정에 동참하는 상담사로서 다시 한번 다짐하고자 한다. 내담자를 디스카운트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는 자율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것. 앞으로도 내게 오는 내담자들의 일생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의 회복에 힘을 다해 동참하는 상담자가 되길 소망한다.

 

 
  등록일자 :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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